2011년 4월 25일 월요일

주제 사라미구의 "수도원의 비망록"중

정의라는 것이 있다면 이곳이야말로 천국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그 황소들이 이미 경험한 것보다 더 큰 지옥은 있기 힘들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양쪽에서 황소들의 몸에 매여 있는, 여러 종류의 불꽃놀이 폭죽에 불이 붙여지고, 상당한 시간 동안 폭죽이 폭발하여 투우장 전체를 환하게 밝히는 동안, 황소들은 산 채로 구워지고 있었다. 주앙 5세와 그의 신하들이 그 비참한 죽음에 갈채를 보내는 동안, 광분한 그 저주받은 짐승들은 비명을 지르며 투우장 안을 이리저리 내달렸다. 황소들은 살육당하면서도 자신을 방어하거나 다른 누군가를 죽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광장에서는 불에 탄 살 냄새가 진동했지만 그 냄새는 종교 재판의 성대한 비비큐에 코가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역거움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게다가 황소들은 결국에는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는 것으로 끝장이 나서, 좋은 용도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 반면 말뚝에 묶인 채로 불에 탄 유대인의 유해는 그가 남길 수 있는 자산의 전부였다.

- 사라미구의 독특한 해학적인 문장으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어 내는 그의 천재성은 언제나 나의 경탄을 불러 일으킨다. 믿음이 아무런 믿음이 없는 것보다 인간을 잔인하게 만드는 명분을 주는 듯 하다. 무엇인가에 대한 믿음이 역사에 저지른 죄악의 양을 보면 말이다.  때론 무언인가에 대한 "믿음"이 혹은 그 "믿음을 지키려는 욕망"을 가진 자가 같은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잔혹함이 이성과 상식의 선을 훨씬 넘어서는 것을 보면 몸서리가 처진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믿음을 가진 자"가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러도 그 "믿음"이라는 이름아래 모든 것이 정당화되리라는 그 엄청난 착각에 대한 무모한 "믿음"을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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