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8일 목요일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

아무것도 셈하지 않고, 무엇도 바라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일, 살다보면 사랑도 그렇게 완성될 것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땐 어려서 잘 몰랐었지만 '아, 그떄 아버지는 세상 누구보다도 힘들었구나' 하는 늦어버린 시간의 느낌을 만지게 된다. 그 목적지가 홍콩이었던 것이다. 그때 아버지가 떠났던 홍콩은 어떤 나라일까 앤드류는 상상했다.
일단 앤드류는 여행가방에다 아버지가 홍콩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홀로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들을 챙겨 담았다. 그리고 그걸 들고 홍콩에 와서는 사진의 배경이 된 곳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아버지와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아버지처럼 똑같이, 혼자 삼각대를 놓고 말이다. (중략)
앤드류는 그냥 홍콩을 여행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 일부분과 손을 맞잡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도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문장처럼 늘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시작에 머물러 있을 뿐, 충분히 먹은 것도 마신 것도 사랑한 것도, 아직 충분히 살아본 것도 아닌 상태였다.
나의 퇴락은 어쩔 수 없겠으나 세상에 대한 갈증과, 사람에 대한 사랑과, 보는 것에 대한 허기와, 느끼는 것에 대한 가난으로 내 자신을 볶아칠 것 같습니다. 이 오만을 허락해 주십시오.


-이병률의 새 산문집을 맨헤튼의 한국서점에서 만났을 때 7년전 그렇게도 좋아해서 읽고 또 읽던 이병률의 '끌림'을 본 양 너무도 반가웠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그의 '끌림'만큼의 끌림은 없었고 사진과 글 속에 많이 지쳐보이는 작가를 보는 듯 했다.
글이 흘러넘쳐서 갈 곳을 찾지 못할 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