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0일 월요일

생텍쥐베리의 '인간의 대지' 중

그렇게 우리는 이 세상의 어떤 지리학자도 모르는 세세한 것들을 망각 속에서, 상상할 수도 없이 먼 거리에서, 끄집어냈다. 왜냐하면 지리학자들의 흥미를 끄는 건 대도시에 물을 대는 에브로 강이지, 모트릴 서쪽 풀숲에 숨어 서른 포기 남짓한 꽃을 먹여 살리는 실개천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 든 월급쟁이들의 하찮은 명상에 말이다.
(중략) 병이나 돈, 집안 걱정거리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 속내 이야기는 그들이 갇혀 있는 우중충한 감옥의 벽을 보여 주었다. 그러다 갑자기 운명의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났다.
여기 있는 나의 동료, 늙은 사무원이여, 누구도 그대를 탈출시켜 주지 않았다. 그대는 이에 대해 일말의 책임도 없다. 그대는 저 흰개미들이 그렇게 하듯 광명으로 빠져나갈 모든 틈새를 시멘트로 애써 틀어막고 평화를 일구었다. 그대는 소시민적인 안전 속에서, 틀에 박힌 일과 속에서, 시골 생활의 숨 막히는 관례 속에서, 공처럼 굴러다니며 바람과 조수와 별을 막기 위해 그 보잘것없는 성벽을 쌓아 올렸다. 그대는 거창한 문제로는 조금도 고민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대는 그대의 크고 작은 인간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 고군분투했다. 그대는 결코 떠돌이별의 주민이 아니다. 그렇다, 그대는 툴루즈의 소시민이다. 아직 기회가 있었을 때조차 그 누구도 그대의 어깨를 붙들어 주지 않았다. 이제 그대를 빚어준 진흙은 말라 굳어 버렸다. 이제는 그 어떤 것도 그대의 마음속에 깃들었을지 모를 잠든 음악가나 시인, 혹은 천문학자도 깨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더는 폭풍우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이 마법같은 직업이 내게 하나의 세계를 열어보여주니까. 그 세계에서 2시간 후면 나는 검은 용과 맞설 것이고, 푸른 번개 갈기를 왕관처럼 쓴 산봉우리와 대결할 것이다. 밤이 우면 나는 폭풍우에서 해방되어 별들 속에서 나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우리가 별들 사이의 공간에서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다가갈 수 없는 100개의 별들 사이에서 단 하나뿐인 진정한 별을, 우리의 별을,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과 우리의 정다운 집과 우리의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그 별을 찾다가 길을 잃었다는 사실 말이다.

그에게는 최고 5,200미터의 상승비행을 할 수 있는 비행기가 맡겨졌다. 안데스산맥의 봉우리들을 7,000미터나 솟아 있었다. 그런데도 메르모즈는 통로를 찾기 위해 이륙했다. (중략) 메르모즈는 다른 이들을 위해 '시도'를 했다.
그렇게 여러 번 '시도'를 하던 어느날, 그는 끝내 안데스 산맥으리 포로가 되고 말았다.
(중략)
그다음 날, 메르모즈는 다시 날아올랐다.
(중략)  그리고 그가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다시 출발하기 위함이었다.

한 직업의 위대함이란 어쩌면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이어주는 데 있을지 모른다. 진정한 의미의 부란 하나뿐이고, 그것은 인간관계라는 부이니까.

"이틀째부터 내가 한 가장 큰일은 생각이 떠오르는 걸 막는 일이었다네. 알겠나? 나는 너무 고통스러웠고 내 상황은 너무 절망적이었지. 걸을 용기를 얻기 위해서는 그런 상황 자체를 생각하지 말아야 했어. (중략)"
일단 일어서자 자네는 이틀 밤 사흘 낮을 내리 걸었네.

내가 보기에 우리의 급속한 기술 발전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것 같아. (중략) 하지만 기계는 목적이 아니야. 비행기는 목적이 아니라네. (중략)
모든 진보가 우리가 겨우 체득한 습관 밖으로 우리를 더 멀리 쫓아내 버렸네. (중략)
우리 모두는 아직 새 장난감에 감탄하는 젊은 야만인들에 지나지 않아. (중략) 저 비행기는 보다 높이 날고 보다 빨리 날아가지만, 우리는 왜 우리가 비행기를 날게 하는지를 잊었네. 지금은 경주가 그것의 목적보다 중시되고 있어. 언제나 마찬가지야. 제국을 건설하는 식민지군에게 삶의 의미는 정복하는 데 있지. 군인은 소작농을 무시해. 그런데 정복의 목적은 그 소작농이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식으로 진보의 열광 속에서 우리는 많은 이들을 철도 부설, 공장 건설, 석유 시추 작업에 종사하도록 만들었네. 우리는 이러한 건조물을 세우는 이유가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한 것임을 망각해 버렸네. (중략)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이 새집을, 살아 움직이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네. 전자의 경우 진리란 건설하는 데 있지만, 후자의 경우 진리란 거주하는 데 있지.

그러나 나는 고독을 알았다. 사막에서의 3년은 내게 고독의 맛을 톡톡히 가르쳐주었다. 거기서는 광물의 풍경 속에서 마모되는 젊음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온 세상이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늙어가는 것 같았다. (중략)
보통,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한다. 그들을 일시적인 평화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일단 기항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끊임없이 불어오는 무역풍이 우리를 짓누를 때마다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우리는 어둠을 가르는 차축의 소음으로 가득한 급행열차를 탄 여행객 같았다. 창밖에서 휙휙 지나가는 불빛 몇 줌을 보고 들판이, 자기 마을이, 황홀한 풍경이 풀러가리라는 것을 짐작해 보는 여행객, 여행중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붙잡아 둘 수 없는 그런 여행객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막을 사랑했다.

사막이 일견 공허와 침묵일 뿐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하루살이 애인에게는 자신을 내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내 작은 여우야, 나는 지금 절망적이란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절망적인데도 네가 어떤 성격일지 관심이 생기니 말이야......"
나는 거기서 몽상에 잠긴 채 가만히 있다. 사람이란 모든 일에 적응하기 마련인 것 같다. 30년 후면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해서 한 인간의 기쁨이 엉망이 되지는 않는다. 30년이건 사흘이건...... 그것은 단지 관점의 문제다.
하지만 어떤 모습들은 잊어버려야 한다......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사형수가 가진 담배 한 개비와 럼주 한 잔의 의미를 이해한다. (중략) 그가 관점을 바꾸어 그 마지막 순간을 인간의 일생으로 삼은 것을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다.

물 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이렇게 짧을 줄은 의심도 해보지 못했다.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것을 걸었고, 모든 것을 잃었다. 이것이 내 직업의 생리다.

왜 우리는 타인을 미워하는가? 우리는 서로 굳게 결속되어 있다. 같은 별에 사는 이웃이고 한 배를 탄 선원이다. 새로운 통합을 이루기 위해 문명이 서로 대립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문명이 서로를 잡아먹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우리가 우리의 역할을 자각할 때, 아무리 하찮은 역할일지라도 그 역할을 깨달을 때, 그때에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그때에만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다. 왜냐하면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은 죽음에도 의미를 주니까.

배고플 때 느끼는 것, 빗발치는 사격 속에서도 스페인 군인들이 식물학 강의를 듣도록 내몰고, 메르모를 남대서양 쪽으로 내몰고, 또 누군가는 시를 쓰도록 내모는 그 배고픔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 그것은 바로 천지창조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주에 대해 자각해야 한다는 점을 느낀다. 우리는 어둠 속으로 다리를 놓아야 한다. 우리 중 이 점을 모르는 자들은 오직 이기적인 무관심을 지혜라고 여기는 자들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들의 지혜가 거짓임을 보여 준다! 동료들이여, 나의 동료들이여, 우리는 언제 행복하다고 느꼈던가? 나는 이에 대해 말해 줄 증인으로 자네들을 세우고자 한다.

그렇게 첫 우편기를 몰게 된 새벽에, 우리를 배웅해 주던 그 늙은 사무원들이.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굶주렸다는 점을 조금도 알지 못한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그저 잠든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

노쇠한 동물이라도 여전히 매력을 지니는 법이다. 그런데 왜 이 아름다운 인간 찰흙은 흉하게 일그러지고 만 것일까?

그래서 나는 내 열차 칸으로 돌아왔다.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여기서 나를 괴롭히는 것은 동정심이 아니다. 끊임없이 재발하는 상처를 동정하는 일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상처를 입었으면서도 저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 여기서 상처를 입은 이, 피해를 받은 이는 개인이 아니라 인류와 같은 차원에 있는 그 무엇이다. 나는 연민을 믿지 않는다. (중략) 나를 괴롭게 하는 건 사람들이 나태에 안주하듯 이러한 비참함에 결국 안주할 거란 사실이다. (중략) 그것은 바로 저 인간들 한 명 한 명 안에 있는, 죽어가는 모차르트이다.

오직 '정신'만이 진흙에 숨결을 불어넣어 '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


- 생텍쥐베리의 산문집, '인간의 대지'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들로 가슴을 울린다. 그의 비행에 대한 열정과 맞물린 삶에 대한 열정, 시대적 비극과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한 슬픔, 일상성에 매몰되어 가는 헐벗은 인간에 대한 연민어린 멸시, 용기와 희생을 각오한 사람들에 대한 동경과 감사 등이 우주를 품은 존재로서의 인간으로서의 자각과 행동을 요구하는 그의 목소리로 들려온다.
단지 글만으로서가 아닌 자신의 삶으로서 이상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생텍쥐베리. 그의 섬세한 감성과 강한 정신이 시대를 초월해 읽는 이에게 가슴시린 설렘과 용기를 전해주는 듯하다. 사하라 사막에서의 불시착이라는 생사의 기로에 섰던 그가 써낸 글들이 개인에게 줄 수 있는 의미와 희망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무한히 그 깊이를 더할 것 같다. 사막을 보고 별을 보고 황혼을 보면 언제나 생각날 작가, 그가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무엇을 잃었었을까?

2013년 12월 26일 목요일

강신주의 '감정수업' 중

"부잣집 딸들이 대개 그렇듯이 관습적인 취향을 즐기는 것 말고는 다른 재능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녀가 아는 것이라고는 양장점이나 가구점에서 엄청난 돈을 쓰는 것뿐이었다."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중-

라캉(Jacques Lacan)의 말대로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다.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차라리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기는 잡은 적도 없고, 지금 이 순간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중 -

진정 커다란 고독이 닥쳐오고 완벽한 정적에 휩싸이면,
몽상가의 마음에도 불꽃의 핵심에도 같은 평화가 존재한다.
그때 불꽃은 자신의 형태를 지키며 확고한 사상처럼
수직성의 운명을 향해 똑바로 내닫는다.
-가스통 바슐라르, '촛불의 미학'에서-

과거의 아픈 기억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염려! 어쨌든 두려움은 우리의 현재를 좀먹는 감정인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아픈 기억은 우리를 과거로 봰고, 지나친 염려는 우리를 미래로 던져 버리기 때문이다.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가벼움을 확보하는 것이다.

샤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타인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슬픔이 내 연인이라고, 어머니가 사막과도 같은 자신의 삶 속에서 울부짖을 때부터 그녀가 항상 나에게 예고해 준 그 불행 속에 떨어지고 마는 내 연인이라고."
-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중-

나무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림자도 그만큼 더 커지고 길어진다. 그림자의 검은빛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동시에 그는 큰 나무의 웅장함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은 희망이 가진 불확실성보다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갖게 되는 기쁨에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 (중략) 반면 어른들은 희망이 실현되었을 때의 기쁨보다는 그것이 지닌 불확실성에 더 신경을 쓴다. 여러 다양한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어른들에게 이런 불확실성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어른들은 삶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기꺼이 희망을 현실이라는 제단에 바치고 만다.


- 크레마의 책장에 꽂혀있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읽을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크레마의 책장을 기웃대다 노란 표지와 스피노자의 철학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와 사게 되었다.
스피노자의 철학에 대해서 문외한인 나로서는 여러 감정을 각각의 챕터로 만들어 하나의 고전 문학과 비교해 서술해 놓은 것이 매우 새로운 시도로 여겨졌지만, 그만큼 하나의 문학작품을 하나의 감정과 비유하는 것이 무리가 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각각의 문학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와 무게를 합친다면 아마도 하나의 단어로 비유되기에는 너무도 무거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스피노자의 감정에 대한 정의를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 서술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각각의 감정에 대한 철학자의 어드바이스 또한 더 깊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 인간의 48가지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심도있는 논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서점 귀퉁이에서 외면받는 다양한 고전 문학에 새로운 빛을 비추어 준 것이 고맙고, 문학이나 철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입문서로서는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된다.

2013년 12월 5일 목요일

'A year with Rilke' edited by J. Macy & A. Barrows 중

Death is our friend precisely because it brings us into absolute and passionate presence with all that is here,


We are solitary. (skip) It can, of course, make us dizzy, for everything our eyes rest upon will be taken from us, no longer is anything near, and what is far is endlessly far.


You, sent out beyond your recall,
go the the limits of your longing.
Embody me.


What locks itself in sameness has congealed.
It is safer to be gray and numb?
What turns hard becomes rigid
and is easily shattered.

Pour yourself out like a fountain.
Flow into the knowledge that what you are seeking
finishes often at the start, and , with ending, begins.


love your solitude and bear the pain of it without self-pity. The distance you feel from those around you should trouble you no more than your distance from the farthest stars. (skip) When you see them, love life in a form that is not your own, and be kind to all the people who are afraid of their aloneness.


When I lean over the chasm of myself-
it seems
my God is dark
and like a web: a hundred roots.
silently drinking.

This is the ferment I grow out of.


From infinite longings
finite deeds arise...

But in these dancing tears,
what is often withheld can be found:
our strength.


Sometimes I have stopped spontaneously in towns along my way only to taste the delight that no living being can imagine me there. How much that added to the lightness of my soul!
I remember certain days in Cordova where I lived as if transparent, because I was completely unknown.


But in the midst of these very unfamiliar conditions your inner solitude will be a support and a home to you.


because we can't keep standing as the ground shifts under our feet. That is why the sadness passes over like a wave. (skip) That is why it is so important to be alone and attentive when you are sad: because the seemingly uneventful and motionless moment when our future steps into us is so much closer to life than any loud and accidental point of time which occurs, as it were, from the outside.


Impermanence plunges us into the depth of all Being. And so all forms of the present are not to be taken and bound in time, but held in a larger context of meaning in which we participate.


I live my life in widening circles
that reach out across the world.
I may not complete this last one
but I give myself to it.


diminishing nothing, defined by nothing outside itself,
all coming from within, clothed in softness
and radiant in its own light,


See the flowers, so faithful to Earth.
We know their fate because we share it.
Were they to grieve for their wilting,
that grief would be ours to feel.

There's lightness in things. Only we move forever burdened,
pressing ourselves into everything, obsessed by weight.
How strange and devouring our ways must seem
to those for whom life is enough.


People have even made eating into something  it is not meant to be.


Only what is within you is near; all else is far.
And this within: so packed and pressured,
barely contained, unsayable.
The island could be a star so insignificant

that space in its terrible blindness takes no note
and mindlessly destroys it.
Thus, unillumined and unheard,
expecting nothing

but that all this may yet come to an end,
it contains doggedly its self-invented course,
alone, outside the patterns made
by planets and the suns they orbit.


For the creative artist there is not impoverishment and no worthless place.


I come home from the soaring
in which I lost myself.

UNAFRAID OF WHAT IS DIFFICULT
Dont' be confused by the nature of solitude, when something inside you wants to break free of your loneliness. This very wish, when you use it as a tool for understanding, can illumine your solitude and expand it to include all that is. Bound by conventions, people tend to afraid of what is difficult. For all living things in nature must unfold in their particular way and become themselves at any cost and despite all opposition.


This is what the things can teach us:
to fall,
patiently to trust our heaviness.
Even a bird has to do that
before he can fly.


Once
for each, only once. Never again. But
to have lived even once,
to have been of Earth - that cannot be taken from us.


When you feel no commonality between yourself and other people, try to be close to Things, which will not abandon you. Nights are still there and winds that blow through the trees and over many lands.


CITIES
The people there live harsh and heavy,
crowded together, weary of their own routines.

(skip)

They don't know that somewhere
wind is blowing through a field of flowers.


Every time doubt wants to spoil something for you, ask why it finds something ugly and demand proofs.


You, my own deep soul,
trust me. I will not betray you.
My blood is alive with many voices
telling me I am made of longing.

What mystery breaks over me now?
In its shadow I come into life.
For the first time I am alone with you-

you, my power to feel.


Live for awhile in the books you love.


When I go toward you
it is with my whole life.


Why would you want to exclude from your life any uneasiness, any pain, any depression, since you don't know what work they are accomplishing within you?


SONG OF THE BEGGAR
Every so often I cradle my right ear
in my right hand.

(skip)

At times I even close my eyes
so my face can disappear.
The way it lies with its full weight in my hands,
it is almost like rest.
Then no one will think I lack a place
to lay my head.


Friends must be the ends and not the means.


Words that, against her will,
swarmed within her,
now fly around her, shrieking,


But those may be the very moments when your solitude can grow; its growing is painful as the growing of boys and sad as the beginning of the spring. But don't be confused. All that is needed is the capacity to be alone with yourself, to go into yourself and meet no one for hours - that is what you need to achieve. To be alone, the way you were as a child, when the grown-ups walked around so busy and distracted by matters that seemed important because they were beyond your comprehension.


I did not dream that such a storm of hear and spirit could come over me. That I survived it! That I survived it.

Enough. It is here.

I went outside in the cold moonlight and I caressed this little chateau Muzot as though it were a living thing - the old wall that harbored me -


Go within yourself and probe the depths from which your life springs, and there at its source you'll find the answer to the question of whether you must writie. Accept this answer, just as you hear it, without hesitation. It may be revealed that you are called to be an artist. Then take this lot upon you, and bear it, its burden and its greatness, without asking for any external reward. For the creative artist must be a world for himself, and find everything within himself - and in nature, to which he is devoted.


- 하루에 한 단락 정도의 발췌문을 읽도록 모아논 365 개의 릴케의 문장들을 잠들기 전 읽은지 한 달 정도 지났다. 지난 달의 피폐한 글과 책 속에서 이 글들을 정리하는 시간은 나의 정신을 가다듬고 보듬는 시간이 된 듯하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말테의 수기를 쓴 사람의 절망을 아는 사람이 이토록 희망의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의 문장은 너무도 아름답고도, 슬프면서도, 강하고, 진실되다.
혼돈, 대립, 갈등, 고독 모든 것을 위대한 글을 위한 재료로 삼을 수 있는 강한 영혼을 가졌던 릴케를 동경하며, 그가 준 문장 속에서 한때는 바닥에 내팽겨쳤던 희망을 다시 주워 담는다.

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이인성의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 중

흔적, 지운 흔적. 지운 흔적 속에 포함되어 있는 지워진 흔적. 기억의 풍경화 속에 그려지다 지워진 흔적. 태풍을 겪어 만신창이가 된 뒤에도, 그것만은 지우고 싶었던 무엇인가의 흔적. 너무 사무쳐서 숨김이 뒤늦을 수밖에 없었던 그 무엇의 흔적. 풍경화 전체에 사무침을 번지게 하는, 사무침의 샘인 상처의 흔적. 풍경화 뒤에 겹쳐진, 더 먼 시간의 풍경화로 가는 문을 여는 흔적...

미쳤다고 해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0시부터 24시까지, 광기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닐진대,, 미치고 싶다 했다가, 미칠 듯했다가, 미쳐지지 않다가, 미쳤다가, 미친 게 싫다 했다가, 미친 게 되고 말았다가 할, 유동체의 그녀에게는, 그러나,, 타인의 눈에 미침으로만 화석화되어 있는 그녀 자신을 마주했던, 그 상황 자체가 가혹한 징벌일 수 있었다. 상황 자체가 가혹한 징벌이었던 사정은,, 아무 개연성도 없이 그녀의 허구에 막무가내로 휘말려들어, 덩달아 미칠 것 같던, 차라리 미쳐버리고 싶던, 네 처지도 결코 덜할 것이 없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막연한 가능성에 매달려 덜컹거릴 그는, 한 작은 마을을 가로질러 나가려다. 문득 야산 앞에 길을 차단당하고 나서야, 더 정확히는, 차를 돌릴 공간이 없어 온 길을 그대로 뒷걸음질쳐 마을 어귀의 구멍가게 앞까지 되돌아와 차를 세우고 나서야, 제가 처한 정황을 파악할 것이다. 뭐에 홀린 게 아닌가 싶게 그가 길을 잃었음을, 헤맬 길조차도 끊겨버렸음을.
잠시, 그는 한낮의 복판에서 한밤에 묶인 모습잉ㄹ 것이다. 멍하니 자신을 놓아버리자, 하늘은 빠른 속도로 컴컴해질 것이고, 해였던 붉은 달이 푸른 구름 사이로 흐를 것이다. 그곳으로 들어왔던 길은 멍석처럼 되말려 어디로 사라졌는지, 돌아나갈 길조차 잃은 그는 그때 그 어디에도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혼잣속 이야기는 미침이었고, 미침은 갇힘이었던 것이리라.

죽음처럼 아득한, 텅 빈 깊이로 물을 감추고 있는 우물이여! 땅속에 고인 둥근 물의 집, 우물이여!

평범한 광증들, 이미 어둠이고 구멍인 존재의 의미를 찾는. 찾는 그 과정 자체가 잠깐이나마 한 송이 꽃으로라도 피었다 지면 다행이련만, 위안이 되련만.

너의 그 울음은, 혹시 하는 지푸라기 잡듯, 하룻동안 유보시켜본들 역시 헛될 것이어서,, 다음날 네가 그 호수가에 가 있겠다는 말에, 시답쟎은 감상주의는 집어치우라고, 신성한 죽음을 모독하지 말라고, 분노에 차서 전화를 끊는 그녀는 이미 너의 그녀가 아니었으매,, 다음날 실제로 달라질 것이라곤, 거사의 장소가 도서관 옥상에서 인문관 옥상으로 바뀐 것뿐,, 비명조차 억눌렸을 햇살 가득한 학교 교정의 공간으로부터,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틀을 짜갔을 예정된 시간으로부터, 모든 것을 알면서도 도망친 것인 동시에 알았기에 쫓겨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너는, 오로지,, 엊그제까지 네 곁에 있던 그 죽은 이의 살아 있었음, 그걸 어이 할거나,, 넋이 빠져 몇 끼니를 걸렀는지 상관도 없이, 틀어막고 터뜨리는 울음만의 힘으로, 누구를 용서할 수도 누구로부터 용서받을 수도 없었던 호수가의 밤을 지샐 것이었다.

속을가늠할수없는천길깊이기억의바다가있고
그리고
우리는처음엔무엇이어떻게될것이낙를전혀모르면서그기억의바다에서기억의밥을물어오라고머릿속물고기를끄집어내띄워보낼것인데때로그깊에홀린어떤물고기들이그깊이속으로영영가라앉아머릿속의기억력의세포들이점점이함께사라져도본능적인기억에의허기가커지면커질수록자꾸한마리또한마리무수한물고기들을바닷속저밑으로내려보낼것이나
그러나
물고기들은한마리도돌아오지않을것인데모든물고기들이기억의해저에수장되기때문은물론아니고그바다에서는기억이곧형체없는물이라서다만느낌의물살이라서어떤성질의해류들이라서물고기들이그냥기억의물속에잠겨제몸으로물을품고밀치며저스스로가기억속을떠도는기억의한형상이자유동하는물의형상을순간적으로조가해내는존재로서얕은곳에서깊으곳까지제자리를찾아유영할것이때문으로그래서물위로는아무것도갖다주지않을것이라면
그러면
우리는이번엔기억의형상이된그물고기들을잡아올리기라도하려고그물을드리워내릴텐데기억에의맹목이크면클수록더깊이자꾸깊이동아줄을늘여내릴수밖에없을터라그렇게펼쳐진그물에제물고기들을쓸어담고야말것이긴하겠지만어느새저희들끼리번식하지까지한그물고기들은이미너무많고살쪄무거울것이기에또그물고기들이가있는자리는너무깊어아마도그게더벅찰물살과해류의힘도너무무거울것이기에아무리기를써도끌어올릴힘에는못미칠지니다시는그물을거두을일수없음에도
그럼에도
그깊은물속에서수면까지전해져올것물가에선땅끝의감각에도저릿하게밀려들것그것은순수하게느낌으로만받아들여야하는것이겠지만그그물속에담긴기억의작은형체로서의물고기들이그물속에서뒤척이며일으키는자기들만의또다른물살일것인즉단순한느낌은느낌이라할지라도와닿은감은이상하게구체적인말하자면경험적인느낌으로서희미하게라도기억의형체가변형된기억의무늬와같을것이므로
그로므로
우리는기억의바다표면으로떠오르는그기억의무늬인파도나물거품이일렁이며파열하며소리치며불러들이는아련한추측과그러다보면자연스런짝으로끼여드는상상으로그기억의형체를얼만큼은되살려낼것인바그것이어디까지가사실이고어디까지가허구인지는모를것이되그사실과허구의복합체가전원처럼충전된으로하여
그리하여

......그리하여 홀연히, 그와 그녀, 그들은 기억의 바다를 건너듯 잠적하리라.

양파처럼 끝없이 벗겨지면서도 끝없이 껍질뿐인 것이 있지. 희망이라는 거. 그래서 미치는 것일까, 그 충족되지 않는 희망의 켜를 뜯으면서도 끝내 충족에의 희망에 매달리다가? 무엇이 그토록 그 희망에 미치게까지 하도록 한 존재를 마비시키는 것일까? 머릿속에 부어지는 어떤 독이? 어떤 근원적인 결핍 앞에서, 그 근원적인 결핍이 왜 근원적인 결핍이어야 하느냐고 저항하며 되물을 때의 깊은 슬픔이?
하늘의 암청색 너머에서 칠흑이 쏟아지는 것 같다.


- 대학교 시절, 그렇게도 좋아했던 이인성의 책들. 그 많은 이동에도 20년을 가까이 끌고 다녔다. 가끔식 펴보다가 오늘은 한 권을 꺼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그리도 읽어도, 감탄을 자아내는... 그리고 또, 서글퍼지는 책이다.
포스트 모던의 대표적 작가라고는 하나, 나는 그에게서 생의 허무에 대고 실존적 물음을 던지는 인간을 본다. 그의 실험적 문장의 유영속에서 인간 존재에의 깊은 성찰과 고뇌가 묻어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잔잔히 비쳐난다. 그렇다. 깊이 드리운 그물에서 건져질 것이 무엇이던가? 그 무엇이던가 간에, 끌어올릴 수 조차 없는 것을... 그러나, 인간은 그저 그물을 던지고 그 수면의 파장으로라도 무엇인가를 보려고 노력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 존재자체의 부조리와 허무가 너무도 초라하게 느껴져 고개를 돌리고 싶어질 지라도, 한겨울에 혼자 꽃을 피운 동백처럼 차라리 그 과정이라도 꽃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부서질 듯한 문장들에서 조심스럽게 읽어본다.

2013년 10월 12일 토요일

Rilke의 'Testament' 중

no matter how widely it draws its orbit through the heavens, its milky way with billions of the blood's stars, the land beneath these heavens is pregnant with calamities.

Artists, do not believe that your test lies in the work. You are not what you pretend to be, and what this or that one, not knowing any better, may take you for, until the work has become your very nature to such an extent that you cannot do otherwise than prove yourself in it. Working thus, you are the masterly thrown spear: (skip) what could be more certain than your flight?
Your test, however, is that you are not always thrown. (skip) that She forgets you. This is the time of temptation, when you fell unused, incapable. (skip) Then, when you do not lie there very heavily, diversions exercise you and try to see to what other uses you can be put. As a blind man's staff, as one of the rods in a grating, or as the balancing pole of a tight-rope walker. Or else they are capable of planting you in the soil of fate, for the mireacle of seasons to happen to you and for you perhaps to sprout small green leaves of happiness...
O then, bronze one: lie heavy.
Be spear. Be spear. Be spear!
(skip) It is the passion for the while. Its result: equanimity and equilibrium of the totality.

We, however, who stand at the incomprehensible point of intersection of so many different and contradictory worlds, find ourselves in the situation of suddenly being assaulted by a heaviness that has no connection with our abilities and training: an alien heaviness. (skip)
I believe therefore that, already as a child, I never prayed for anything but my heaviness, in order for that to befall me which is my own and not, by mistake, the joiner's or the hack driver's or the soldier's, because I want to recognize myself in my heaviest.

My aloneness, this most peculiar characteristic of my existence:

The displeasure of the unaccomplished now also attacks my body like rust; even sleep refuses its balm - : into half-wakefulness my pulse beats against my temples like heavy steps that cannot find peace.
(skip) that I don't belong to those who can be consoled by love.

By one evening, I could bear it no longer. The protective, ever-giving quiet of the house and my horrible exposure at its center, threw such discord into my heart that I thought I could not go on living. Unable to read, and not even capable of gazing into the usually so consoling fire of the pine logs, I fetched some random folders from the shelves of the bookcase, whic I had never opened before, and forced myself to turn page after page. (skip) Where to? Where to?
Where to, toward freedom? Where to, toward the equanimity of true existence? Where to, toward innocence, towards the no longer dispensable?

I am surprised by something like the prescient shimmer of a new spiritual joy: (skip) that inside me light and darkness must not be determined by the overriding influence of one person, but only by something nameless. (skip) Behind my self.

After six years of destruction and obstruction I have not made use of the circumstances that were offered me with B... for the undeferrable inner task; fate has wrung it from my hands. I have to admit that to myself.
(skip) it is not in its own constellation, it is not the heart of my life.
(skip) So that they not use me up for their happiness, but stand by me to help me unfold that deepest, loneliest happiness in me, without whose Great Proofs they would, in the end never have loved me.


- 릴케가 1921년 'Das Testament'라는 제목으로 모아 편집자에게 건넨 노트와 편지의 부분들은 그의 사후 50년이 되기까지는 공개되지 않은 채로 있었다. 이 'Testament 유서'라는 제목이 붙여진 단편적인 글들은 작가 혹은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좌절, 간간히 느낄 수 있는 희열, 소명 등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들이 릴케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드러난다.
'창 spear'으로서의 예술가의 삶이, 때로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오해되더라도, 그 과녁을 향한 비행 자체에 그 기쁨과 목적이 있음을... 무겁게 땅바닥에 누워있더라도 그 창으로써의 운명적인 비행을 기다리는 작가의 마음이, 삶의 유희와 안정을 등지고 고독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운명적 작가의 삶이 가슴 시리게 느껴지는 애달픈 글.

2013년 10월 11일 금요일

노자의 '노자 (도덕경)' 중, 김원중 역

그러므로 있음과 없음은 서로를 낳고, 어려움과 쉬dn은 서로를 이루어주며, 길고 짧음은 서로 드러내고, 높고 낮음은 서로 기울며, 곡조와 소리는 서로 조화롭고, 앞과 뒤는 서로를 따른다. 이 때문에 성인은 무위의 일에 머무르면서 말없는 가르침을 행한다. 만물이 일어나도  말하지 않으며, 생겨나게 하고서도 소유하지 않으며, 해놓고도 뽐내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도 머물지 않는다.
머물러 있지 않기에 떠나지 않는다.

인간이 멋대로 정한 표준이라는 틀을 노자는 갑갑해한다. (중략)
인간의 지식은 주관적이고 구별은 무가치하다고 보는 노자는, 자기와 다른 것을 구분하고 사소한 것을 따지는 사회의 가치 체계와 규범이 대립과 경쟁을 유발시켜 인류의 불행을 초래했다고 본다.

하늘은 오래가고 땅은 장구하다.
하늘과 땅이 오래가고도 장구할 수 있는 까닭은 그것들이 자신만 살려고 하지 않으므로, 오래도록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다섯 가지 색깔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소리가 사람의 귀를 먹게 하며, 다섯 가지 맛이 사람의 입맛을 상하게 한다.
말달리기와 사냥하는 일이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들고,
얻기 어려운 재화가 사람의 행동을 방해하게 한다.

"도룡기"란 말이 있다. '도룡', 즉 용을 잡는 기술은 제아무리 높은 수준이라도 쓸데없다는 말로서 '도룡지술'이라고도 한다.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므로 회오리바람은 아침나절 내내 불지 못하고, 소나기는 하루 종일 내리지 못한다. 누가 이렇게 하는가? 천지이다.
천지도 오히려 지속될 수 없거늘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발돋움하여 서 있는 사람은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다리를 벌려 걷는 사람은 (오래) 걸을 수 없다.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사람은 현명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 드러나지 못하며,
스스로를 자랑하는 사람은 공이 없어지고,
스스로를 뽐내는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것을 도에서 본다면 남은 음식이요, 군더더기 행동이라고 한다.
만물은 그것을 싫어하기에 도를 터득한 자는 머물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근본이 되고, 고요한 것은 조급함의 임금이 된다.

천하라는 신령한 기물은, (억지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억지로) 하려고 하는 자는 실패하고, 잡으려 하는 자는 그것을 잃는다. (중략)
이 때문에 성인은 극단적인 것을 없애고 사치스러운 것을 없애며 지나친 것을 없애는 것이다.

승리해도 불미스럽게 여겨야 하니, 그것을 찬미하는 사람은 바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천하에서 뜻을 얻지 못할 것이다. (중략)
죽인 사람이 많으면 비통한 마음으로 임하고, 전쟁에 이기더라도 상례에 따라 처리한다.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지만, 자신을 아는 사람은 현명하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지만,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하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유하지만, 힘써 행하는 사람은 뜻을 얻는다.
그 자신이 있는 곳을 잃지 않는 사람은 오래가지만, 죽더라도 (도가) 없어지지 않는 사람은 천수를 누린다.

가장 높은 선비는 도를 들으면 부지런히 그것을 실행하고, 중간 선비는 도를 들으면 가지고 있는 듯 하기도 하고 잃어버린 듯 하기도 하며, 가장 낮은 선비는 도를 들으면 크게 비웃으니, (그런 선비가) 비웃지 않으면 도가 될 만한 것이 못 된다.

물이 강한 이유는 "형체가 없는 (무유)"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물이 아름다운 이유는 낮은 데를 지향하고 부드럽게 만물을 감싸면서 생육하고 때러는 "수적천석"이란 말처럼 돌도 뚫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천하에서 물보다 강한 것은 없고 그것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없다.

문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의 일을 알고,
들창을 엿보지 않아도 하늘의 이치를 볼 수 있다.
그 나가는 것이 멀어질수록 그 지혜는 더욱 적어진다.
이 때문에 성인은 다니지 않아도 알고, 보지 않아도 밝아지고, 하지 않고도 이룬다.

우리가 흔히 지식을 얘기하지만, 아는 것이 먼 곳까지 미치게 되면 가까이에 있는 일을 모른다. (중략) "고기 한 점 먹고 솥 안의 고기 맛을 다 알고, 깃털과 숯을 매달아놓고서 방 공기가 건조하지 습한지 알 수 있다. 이는 사소한 것으로 큰 것을 아는 것이다. 낙엽 하나를 보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알고, 항아리 속의 얼음을 보고 천하가 추워졌음을 안다. 이것은 가까운 것으로 먼 것을 논하는 것이다."

산속 스님은 날짜 헤아리지 않고
낙엽 하나로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아네.

낳고도 소유하지 않고, 하고도 의지하지 않으며, 자라게 해주고도 주재하지 않으니, 이를 현묘한 덕이라고 한다.

"명"은 천하 만물의 전체적인 이치를 헤아리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넓은 시야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나에게 확실하게 잘 아는 사람이 있어 대도를 가게 한다 하더라고, 오직 샛길로 가게 될까 두렵다.
대도는 아주 평탄하나, 백성은 지름길을 좋아한다.
조정은 아주 치워져 있으며, 밭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창고는 텅텅 비어 있는데, 화려한 무늬가 있는 옷을 입고 예리한 칼을 찼으며, 음식을 물리도록 먹고, 재물은 남아돈다. 이것을 도과(도정의 우두머리)라고 하니, 도가 아니로다!

이 때문에 성인은 반듯하지만 가르지 않고, 예리하지만 상처 주지 않으며, 올곧지만 함부로 하지 않고, 빛나지만 번쩍거리지는 않는다.

특히 "미迷"의 의미에 대해 한비는 이런 주석을 달았다. "무릇 가고자 하는 길을 잃고 헛되이 행동하는 것, 이를 가리켜 갈피를 못 잡는다고 한다. 사람이 갈피를 못 잡으면 이르고자 하는 곳에 이를 수 없다. 지금 사람들은 이르고자 하는 곳에 이를 수 없기 때문에 갈피를 못 잡는다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신을 사용하는 마음가짐은 조급하다. 조급하면 소모가 많아지는데, 소모가 많아지는 것을 '사치'라고 한다. 성인이 정신을 사용하는 것은 고요하다. 고요하면 소모가 적은데, 소모가 적은 것을 '아낀다'고 한다. 아끼는 방법은 도리로부터 나온다. 무릇 아낄 수 있으면 도를 따르는 것이며 이에 복종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걱정학 환난에 빠지더라도 물러설 줄 모르고 도리에 따르려고 하지 않는다. 성인은 비록 재앙과 환난의 형상을 보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도리에 복종하기 때문에 이것을 '조복'이라고 하낟."

노자에 따르면 세상의 어려운 일들은 많은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것을 하지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작은 생선을 찌는 데 자주 뒤집으면 그 윤기를 잃게 될 것이며, 큰 나라를 다스리면서 자주 법을 바꾸면 백성이 고통스러워할 것이다. 이 때문에 도를 터득한 군주는 고요함을 귀중하게 여기고 법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말하기를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찌듯이 한다"고 했다. 

생기지 않았을 때 작위하고, 어지러워지지 않았을 때 다스려야 한다. (중략) 천 리 가는 길도 발아래에서 시작한다. (중략)
집착하는 일이 없으므로 잃어버리지 않는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드물다는 것은 내가 귀한 것이니,
이 때문에 성인은 베옷을 걸치고도 옥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은 스스로를 알지만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를 아끼지만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저것 (자현自現과  자귀貴)을 버리고 이것(자지知와  자애自愛)을 취하는 것이다. 

하늘의 도는 다투지 않으면서도 잘 이기고,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잘 대답하며,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오게 되고, 느긋하면서도 잘 도모한다.

때가 되면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니 여유롭게 떄를 기다려야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만물을 적시듯, 한 방울의 빗방울이 결국 강으로 바다로 닿듯이 말이다.

하늘의 도는 남는 것을 덜어내어 부족한 것을 보태주나,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으니, 부족한 것을 덜어내어 남음이 있는 편을 봉양해준다.



- 노자의 사상은 단순한듯 하면서도 난해하고, 직관적인 듯하면서도 여러 해석이 가능하게 느껴진다. 그의 세상을 보는 눈은 예리하기가 그지 없으며, 그가 설파한 '도', 또한 가슴 속에서 깊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위'를 강조한 그의 사상을 현실적으로 얼마나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그의 사상의 고귀함이 하늘과 같고, 유려함이 물과 같게 느껴지며, 순수함이 대지와 같아서, 그의 사상을 따라 산다면 세속에서 신선과도 같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매력적이고, 오묘한 만큼 그의 사상을 따르기가 쉽지는 않은 듯 보인다. 공자는 '예'를 통해 '인'에 다다르는 행동지침을 제시했다면, 노자는 오직 높은 정신을 지닌 몇 명만이 다다를 수 있는 직관에 의한 깨달음과 그 실행의 경지를 제시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단 5000자의 내용으로 현세까지 그 사상을 전달하는 힘이, 그가 말한 무위의 사상으로 죽더라도 천수 이상를 누리고 있음을 그의 행적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듯하다.


2013년 10월 4일 금요일

릴케의 '말테의 수기' 중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략) 그 여자는 햇볕으로 따뜻해진 높다란 담벼락을 따라 힘들게 걸음을 옮기면서 벽이 아직도 거기에 있는지 확인하는 듯이 때때로 손을 대어보곤 했다. 그래, 벽은 아직도 거기 있었다.

좁은 거리의 곳곳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요오드포름 냄새, 감자튀김의 기름 냄새, 불안의 냄새였다. (중략)
아이는 입을 벌린 채 자고 있었ㄷ는데, 숨쉬면서 요오드포름과 감자튀김과 불안을 들이마시고 있었다. 사실 그랬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며, 그것만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누군가가 외치고 있다. 사람들은 달리며, 서로 앞지른다. 개가 짖는다. 이 얼마나 마음 놓이게 해주는 일인가. 개 한 마리가.

예를 들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얼굴들이 있는가를 한번도 의식한 적이 없었다. 엄청나게 많은 인간들이 살고 있지만, 얼굴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다. 누구나가 여러 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해 동안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물론 그 얼굴은 앍고 더러워지고 주름이 잡혀, 여행 중에 끼고 있던 장갑처럼 늘어나 버린다. (중략) 그들은 그것을 보관해 준다. 자식들이 그 얼굴들을 쓰고 다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기르는 개가 그 얼굴을 쓰고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을 거다. 어째서 안 된단 말인가? 얼굴은 얼굴인데.

완전히 자기 몸속으로 폭삭 가라앉은 듯한 그 여자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중략)
거리는 너무나도 텅 비어 있었다. 그 공허가 지루해하며 내 발밑에서 걸음을 빼앗아다가 나막신을 신은 듯이 이리저리 딸가닥거리며 돌아다녔다. 여자가 그 소리에 놀라 너무 갑작스럽게 빨리 몸을 일으켰기 때문에 얼굴이 두 손 안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 손 안에 비어 있는 얼굴의 틀을 보았다. 시선이 손에 머물러 있는데 손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서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노력이 필요했다. 얼굴을 안쪽에서 보는 일도 소름 끼쳤지만, 얼굴 없는 적나라한 상처받은 머리통을 보는 일은 훨씬 더 무서웠다.

오늘날 잘 마무리된 죽음을 위해 돈을 치를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아무도 없다. (중략) 자기만의 죽음을 가지려는 소원은 갈수록 보기 드물어진다. 좀더 지나면 자기 자신의 죽음이 자신의 삶처럼 흔치 않을 것이다. 맙소사, 여기에는 없는게 없다. 그저 와서 생을 발견하면 그만이다. 그저 그것을 기성복처럼 입기만 하면 된다. 자기 뜻으로 가거나 가도록 강요를 받는다. 자, 그러니 노력할 필요가 없다. "선생님, 여기 당신의 죽음이 있습니다." 사람은 닥치는 대로 죽는다. 자기가 앓는 병에 딸린 죽음을 죽는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한평생,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의미(意味)와 감미(甘味)를 모아야 한다. 그러면 아주 마지막에 열 줄의 성공한 시행을 쓸 수 있을 거다.

아, 책 읽는 사람들 속에 있는 게 너무도 좋다. 왜 사람들은 늘 책 읽을 때와 같지 않을까? (중략)  많은 사람들은 일에 쫓겨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곧 버림받은 부류로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저들은 거지일 뿐 아니라 버림받은 자들이라는 것도 안다. 아니 그들은 사실상 거지가 아니다.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쓰레기다, 자기의 운명을 탕진해 버린 인간들의 껍질이다. 운명이 뱉어낸 침처럼 축축하게 벽에, 가로등에, 광고탑에 달라붙어 있거나 아니면 뒷골목에서 천천히 흘러내려가는 하수처럼 칙칙하고 더러운 흔적을 남기고 간다.
(중략) 그러고는 나는 책들 사이에 끼여서 마치 내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그대들을 떠나서 여기 앉아 한 시인의 작품을 읽고 있다.

그리고 이 세상 어딘가에서 아무도 돌보는 사람 없이 문이 굳게 닫혀 있는 많은 농가들 중, 어느 한 곳에서 살 수가 있다면, 나도 한 사람의 시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방 한 개만으로도 족했을 텐데(햇볕 밝은 지붕 밑 방이면 더욱 좋다). 거기서 나는 오래된 내 물건들, 가족의 초상화들, 무엇보다도 책과 함께 살았을 텐데. 한 개의 안락의자와 꽃과 개들, 그리고 돌이 많은 길을 갈 때 필요한 튼튼한 지팡이가 있었으면 좋았을 테고, 그 밖에는 아무것도 더 필요 없었을 텐데. 다만 노란 상앗빛 가죽으로 묶인, 오래된 꽃무뉘가 그려진 책 한 권. 거기에다 글을 써넣었을 텐데. 많은 것을 써넣었을 텐데. 왜냐하면 나는 많은 생각과 수많은 사람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으니까.

나는 땀에 몹시 젖었고, 마치 피 속에 엄청나게 큰 뭔가가 밀치고 돌아다니며 가는 곳마다 혈관을 넓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비시키는 듯한 통증이 내 몸속에서 돌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공기가 벌써 다 바닥나고 내쉰 공기만을 자꾸 되들이마셔 폐가 정지된 것처럼 느꼈다.

모든 것이 말로써는 표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

그런데도 불안이 커져갔고, 그에 맞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산만하게 보이려고 무진장 애쓰는 가운데, 그의 몸속에서는 끔찍한 경련이 쌓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남자의 경련이 자라고 또 자라고 있음을 느끼면서 내 마음속에서도 그에 따르는 불안이 자리 잡았다. 심한 경련이 그 남자의 내부에서 몸을 흔들기 시작할 때, 그가 죽어라 지팡이를 움켜잡는 것을 보았다. 양손의 모양이 너무나도 가차없고 엄격해서 크고 굳셀 수밖에 없을 그의 의지에 내 모든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이럴 때 의지가 무엇이겠는가. 힘이 다하여 그가 더 나아가지 못하는 순간이 분명히 올 것이다. 나, 몹시 가슴을 두근거리며 그 뒤를 따라갔던 나, 나는 남아 있는 힘을 돈처럼 모아 그의 손을 보며 부탁했다. 필요하다면 나의 작은 의지나마 가져가 주기를.
그가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믿는다.
(중략) 그런데 그 남자의 걸음걸이가 약간 불안정해졌다. 그는 두 걸음 앞으로 걷다가 이제 멈추었다. 선 채로 있었다. 왼손이 슬그머니 지팡이를 놓더니 그것을 천천히 쳐들고 공중에서 덜덜 떠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 남자는 모자를 약간 뒤로 젖히고 이마를 훔쳤다. 머리를 조금 돌린 후 그의 시선은 흔들리면서 멍하지 하늘과 건물들과 물을 건너가다가 그만 급강하했다. 지팡이는 손에서 떨어져 나가고, 그는 하늘을 날려는 듯 두 손을 펼쳤다. 자연의 힘처럼 그에게서 무엇인가 터져 나와, 그의 몸을 앞으로 구부리게 했다가 뒤로 젖히게 했다가, 목을 끄덕이다가 숙이게 했다. 그는 춤을 추려는 듯이 경련을 일으키며 무리 속으로 내동댕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위에 몰려들었기 때문에 더는 그를 보지 못했다.
마음이 텅 비어 있는데, 어딘가로 간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한 장의 빈 종이 같은 기분으로 건물들을 죽 따라 다시 대로를 걸어 올라갔다.

이 끔찍한 것 속에서, 겉보기에 혐오스럽게만 보이는 것 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통용되는 존재성을 보는 게 보들레르에게 주어진 과제였어. 선택이나 거부는 없지.

공기의 성분 하나하나 속에 들어 있는 무서운 것의 존재. 너는 투명한 공기와 함께 그것을 들이마시게 되지. 그러면 네 속에서 그것이 비처럼 내려서는 딱딱해지고 몸의 기관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기하학적 도형을 형성한다. (중략) 거기에서 두려움이 높이 솟아올라 너보다 높아지고 네가 마지막 피난처인 듯이 도망쳐 간 너의 호흡보다도 더 높아진다. 아, 그럼 어디로 가나, 어디로 가야 하나? 너의 심장은 너를 네 속에서 몰아내고는 네 뒤를 쫓고, 그러면 너는 거의 너의 밖에 나와 있어 너의 속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너는 사람들이 풍뎅이 같은 곤충을 짓밟을 때 내장이 튀어나오듯 그렇게 네 속에서 튀어나오게 되니, 네 표피가 지닌 약간의 단단함과 적응력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나는 울었는데 가면으로 가려져 눈물이 밖으로 흘러나오지를 않았다. 눈물은 안에서 내 얼굴 위로 흘러내리다가 곧 마르고, 다시 흘러내리다가 말랐다.

때때로 나는 하늘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죽음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을 그보다도 먼저 처리해야 할 다른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밀쳐두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바쁘게 몰두하고 있는 곳에서는 그 소중한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간은 흘러가버렸고, 그리하여 우리는 하찮은 일들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귀중한 것을 더 알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 엄청나게 커다란 것에 놀라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까요?

그러나 그런 사람이 보이지는 않아도 어떻든 그에 대한 말이 들리기만 하면 그것은 귓속에서 자라난다. 말하자면 부화되어 개의 코로 들어오는 폐렴균처럼 우리의 뇌로 밀고 들어와 그 속에서 파괴해 가면서 커져가는 경우를 보았다.
이런 존재가 이웃 사람이다.

아, 너희들은 죽은 상태로 있었어야 했는데.


- 정말, 기가 막히게,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릴케의 눈으로 본 세상, 너무도 절박하고 안타까운, 가슴 후비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가난한 생들. 그들 사이에서 보는, 그것을 보는 화자. 한걸음의 생도 어려운 절망에 다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지를 말없이 돈처럼 모아서 건네주고 싶은 그 마음을 나는 안다. 그러나 그것을 볼 수 있을까? 도시의 번잡스러움 속에 가려진 비참한 인간의 마음들, 병원 담벼락 뒤에 감추어진 고통들, 비명들. 얼굴 속에 감춰진 눈물들. 그리고 그 냄새, 냄새들... 그 모든 것을 너무도 솔직하게 담아내는 릴케의 필치에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같은 문장에 도도리표가 박힌 듯, 몇 번을 되돌아가다.

2013년 9월 25일 수요일

공자의 '논어' 중, 김원중 역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미는 자들에겐 인(仁)이  드물구나!"

"<시경>에서 '[칼로] 끊듯이, [줄로] 갈듯이, [정으로] 쪼듯이 [숫돌로] 윤을 내듯이'라고 한 것은, 이것을 가리키는 것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야, 비로소 너와 더불어 <시>를 이야기할 수 있겠다."

"남이 자기를 알아주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자기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라."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하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것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혹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후회가 적으면 녹봉은 그 안에 들어있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 이후의 일이다."

"부유하고 귀함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지만 그것이 정당하게 얻은 것이 아니면 누려서는 안 된다. 가난함과 천함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바이지만, 그것이 정당하게 얻어진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벗어나려 해서는 안 된다. 군자가 인을 버리고 어디서 명성을 얻겠는가? 군자는 한 끼의 밥을 먹는 시간조차도 인을 어기지 않고, 황망하고 다급할 때도 반드시 여기에 근거하고, 넘어질 때도 반드시 여기에 근거한다."

"군자는 천하에 대하여 꼭 그래야만 하는 것도 없고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없어서, 의로움만 함께할 뿐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중도에 그만둔다. 지금 너는 선을 긋고 있다."

"바탕이 꾸밈을 이기면 촌스럽고, 꾸밈이 바탕을 이기면 텅 빈 듯하다. 꾸밈과 바탕이 고르게 조화를 이루고 난 뒤에야 군자인 것이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을 즐기는 것만 못하다."

"군자는 태평하면서 너그럽고, 소인은 늘 걱정에 휩싸여 있다."

"... 군자가 도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세가지가 있다. 몸을 움직일 때는 조급함과 게으름을 멀리하고, 안색을 바로잡을 때는 믿음에 가깝도록 하며, 말을 내뱉을 때는 비속하거나 도리에 들어맞지 않는 것을 멀리한다. 제기를 다루는 일 따위의 소소한 일은 유사(그 일을 주관하는 낮은 벼슬아치)가 맡으면 된다."

공자께서는 네 가지를 절대 하지 않으셨다. 억측을 하지 않으셨고, 반드시 하겠다는 게 없으셨으며, 고집을 부리지 않으셨고, 나만이 옳다고 하지도 않으셨다.

"[학문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산을 쌓는 것과 같으니, 한 삼태기의 흙을 이루지 못하고 그만두어도 내가 그만둔 것이다. 비유하자면 땅을 고르는 것과 같으니, 한 삼태기의 흙을 부어서 나아갈지라도 내가 [나아]가는 것이다."

"삶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말아라. 서두르면 도달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

"강직함, 의연함, 질박함, 어눌함은 인仁에 가깝다."

"옛날에 배우는 자들은 자신의 수양을 위해서 했는데, 오늘날 배우는 자들은 남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한다."

"현명한 사람은 [혼란한] 세상을 피하고, 그다음 부류는 [어지러운] 지역을 피하며, 그다음 부류는 표정이 좋지 않은 사람을 피하고, 그다음은 [나쁜] 말을 피한다."

"군자는 곤궁함을 굳게 버티지만, 소인은 곤궁해지면 아무 짓이나 한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있다."

자공이 여쭈었다. 
"한마디 말로 평생 동안 실천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마도 서(恕)일 것이다.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는다."

"나는 온종일 먹지도 않고 밤새도록 잠자지 않고 생각해 보았지만, 유익함이 없었으며, 배우는 것이 더 나았다."

"군자는 [큰] 곧음을 가지고 있지만 [작은] 믿음을 고집하진 않는다."

"비록 작은 재주라도 반드시 볼만한 것이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멀리 가면서 흙을 묻히게 될까 두려워 군자는 하지 않는 것이다."

자장이 여쭈었다.
"무엇을 다섯 가지 미덕이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은혜를 베풀면서도 낭비하지 않고, 수고롭더라도 원망하지 않으며, 욕망은 있어도 탐욕은 없고, 느긋하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 것이다."


- 공자의 제자들이 공자의 말을 스승 사후에 집필한 책, '논어'. 
간결한 대화체의 함축적 문장이 마치 소크라테스의 대화를 상기시킬 정도로 닮아 있다. 두 철인의 삶도 어느정도는 닮아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논어'의 내용은 너무도 익숙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들어온 내용이다. 그러나, 단편적인 내용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봄으로서 공자의 사상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이 있다. 공자가 유교적인 예를 중시했지만, 그보다는 인과 도를 그 앞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기원전의 사상가가 현대에까지도 통용되는 가치를 역설했는지, 그리고 그 가치가 서구의 그것과도  비슷한 면이 있음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오직 예의 형식만을 중요시하는 현대에 와서, "군자는 천하에 대하여 꼭 그래야만 하는 것도 없고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없어서, 의로움만 함께할 뿐이다." 라는 공자의 말씀을 한 번쯤 깊이 새겨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9월 12일 목요일

J. Slocum의 "Sailing Alone Around the World" 중

I watched light after light sink astern as I sailed into the unbounded sea, till Sambro, the last of them all, was below the horizon. The Spray was then alone, and sailing on, she held her course. July 4, at 6 a.m., I put in double reefs, and at 8:30 a.m. turned out all reefs. At 9:40 p.m. I raised the sheen only of the light on the west end of Sable Island, which may also be called the Island of Tragedies. The fog, which till this moment had held off, now lowered over the sea like a pall. I was in a world of fog, shut off from the universe. I did not see any more of the light. By the lead, which I cast often, I found that a little after midnight I was passing the east point of the island, and should soon be clear of dangers of land and shoals.

Let one be without a friend, and see what will happen!

Whatever the danger may have been, much or little, I can truly say that the moment was the most serene of my life.

The Spray now reached away for Coffee Island, whihc I sighted on my birthday, February 20, 1896.

One wave, in the evening, larger than others that had threatened all day, - one such as sailors call "fine-weather seas," - broke over the sloop fore and aft. It washed over me at the helm, the last that sept over the Spray off Cape Horn. It seemed to wash away old regrets. All my troubles were now astern; summer was ahead; all the world was again before me. The wind was even literally fair. My "trick" at the wheel was now up, and it was 5 p.m. I had stood at the helm since eleven o'clock the morning before, or thirty hours.
Then the time to uncover my head, for I sailed alone with God. The vast ocean was again around me, and the horizon was unbroken by land.

four mintues, we all know, representing one degree. This, briefly, is the principle on which longitude is found independent of chronometers. The work of the lunarian, though seldom prctised in these days of chronometers, is beautifully edifying,m and there is nothing in the realm of navigation that lifes one's heart up more in adoration.

To be alone forty-three days would seem a long time, but in reality, even here, winged moments flew lightly by,

The first name on the Spray's visitors' book in the home port was written by the one who always said, "The Spray will come back."


- 이 책은 Joshua Slocum 이라는 사람이 1895년 돛대 하나 달린 소형 범선으로 3년동안 46,000마일의 세계를 항해한 기록이다. Sail boat의 선장이었던 Slocum은 steam boat의 등장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항해 기술이 점점 쓸모없어지는 것을 느끼며, 재정적으로도 힘든 상황에서 37풋트의 굴잡이 범선을 스스로 개조해 (거의 새로 만들어) 항해를 시작한다. 미동부 Rhode Island에서 시작한 항해는 유럽, 호주, 아프리카 등을 거쳐 다시 미동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많은 일들을 겪게 되지만, 혼자 그것도 바람으로만 갈 수 있는 작은 범선으로 항해를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Source: http://www.municipalities.com/islandscap/index.htm

내게 와 닿은 것은 두가지, 하나는 "Alone"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Courage".
어디론가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과 망망대해로 혼자 작은 범선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은 다른 일이다. 생명을 내걸은 고독, 그것을 추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며칠을 방향타를 떠나지 못하는 거친 바다에서 그는 완전한 바다를 느꼈다고, 혼자서 신과의 항해를 했다고 말한다. 그 항해에서 어떤 신대륙이나 새로운 섬을 발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그 항해 자체가 그의 목적이나 의미였다고 결론에서 말하고 있다.
내게는 알 수 없는 일, 그와 같이 막막한 거친 바다로 혼자 나가지 않고서는 느끼지 못할 그 마음을, 그의 회고를 통해 조금의 엿보고 조금은 이해하고, 인생의 항해에서 혼자 떨어져도 그리 두렵지 않을 것과 같은 위로를 받은 듯.

2013년 7월 15일 월요일

Seneca의 'On the Shortness of Life' - Life is long if you know how to use it - 중

life ceases for the rest of us just when we are getting ready for it. Nor is it just the man in the street and the unthinking mass of people who groan over this - as they see it - universal evil: the same feeling lies behind complaints from even distinguished men. (skip) It is not that we have a short time to live, but that we waste a lot of it. (skip) we are not given a short life but we make it short.

life is long enough if you know how to use it. But one man is gripped by insatiable greed, another by a laborious dedication to useless tasks. (skip) Look at those whose good fortune people gather to see: they are choked by their own blessings. (skip) he has bent his ears to your word, he has let you walk beside him. But you never deign to look at yourself or listen to yourself. So you have no reason to claim credit from anyone for those attentions, since you showed them not because you wanted someone else's company but becuase you could not bear your own.

You are living as if destined to live for ever; (skip) You act like mortals in all that you fear, and like immortals in all that you desire.

whatever time was available he devoted entirely to himself. None of it lay fallow and neglected, none of it uner another's control; (skip)
Mark off, I tell you, and review the days of your life: you will see that very few - the useless remnants - have been left to you. (skip) Everone hustles his life along, and is trouble by a longing for the future and weariness of the present. But the man who spends all his time on his own needs, who organizes every day as though it were his last, neither longs for nor fears the next day.

Can anything be more idiotic than certain people who boast of their foresight? They keep themselves officiously preoccupied in order to improve their lives; they spend their lives in organizing their lives. They direct their purposes with an eye to a distant future. But putting things off is the biggest waste of life: it snatches away each day as it comes, and denies us the present by promising the future. The greatest obstacle to living is expectancy, which hangs upon tomorrow and loses today. You are arranging what lies in Fortune's control, and abandoning what lies in yours. What are you looking at? To what goal you are straining? The whole future lies in uncertainty: live immediately. (skip)
Old age overtakes them while they are still mentally childish, and they face it unprepared and unarmed.

So, however short, it is fully sufficient, and therefore whenever his last day comes, the wise man will not hesitate to meet death with a firm step.

Do you call those men leisured who divide their time between the comb and the mirror? (skip) By these means they cultivate a reputation for elegance and good taste, and to such an extent do their failings follow them into all areas of their private lives that they cannot eat or drink without ostentation.

It would be tedious to mention individually those who have spent all their lives playing draghts or ball, or carefully cooking themselves  in the sun. they are not at leisure whose pleasures involve a seriuos commitment. (skip) But now the Romans too have been afflicted by the pointless enthusiasm for useless knowledge. (skip) such knowledge will not do us any good, but it interest us because of the appeal of these pointless facts. (skip)  but does it serve any good purpose? (skip)
sometimes he wondered whether it was better not to be involved in any researches than to entangled in these.
Of all people only those are at leisure who make time for philosophy, only those are really alive. For they not only keep a good watch over their own lifetimes, but they annex every age to theirs.

it was not in our power to choose the parents (skip) But we can choose whose children we would llike to be. There are households of the noblest intellects: choose the one into whihe you wish to be adopted, and you will inherit not only their name but their property too. (skip) Time is present: he uses it. Time is to come: he anticipates it. This combination of all times into one gives him a long life. 
But life is very short and anxious for those who forget the past, neglect the present, and fear the future.

extract yourself from the crowd, (skip) take some of your own time for yourself too.

Stolid pack-animals are much more fit for carrying loads than thoroughbred horses: who ever subdued their noble speed with a heavy burden? Consider too how much anxiety you have in submitting yourself to such a weight of responsibility:

So, when you see a man repeatedly wearing the robe of office, or one whose name is often spoken in the Forum, do not envy him: these things are won at the cost of life.

I've come across people who say that there is a sort of inborn restlessness in human spirit and an urge to change one's abode; for man is endowed with a mind which is changeable and unsettled: nowhere at rest, it darts about and directs its thoughts to all places known and unknown, a wanderer which cannot endure repose and delights chiefly in novelty. This will not surprise you if you consider its original source. It was not made from heavy, earthly material, but came down from that heavenly spririt: but heavenly things are by natuer always in motion, (skip) 
whaat does it matter what ground I stand on?

You really must consider how small your bodies are.

though he piles all these up, they will never sate his insatiable soul; just as no amount of fluid will satisfy one whose craving arises not from lact of water but from burning internal fever: for that is not a thirst  but a disease. (skip) So the man who restrains himself within the bounds set by nature will not notice poverty; the man who exceeds these bounds will be pursued by poverty however rich he is. (skip) It is the mind that creates our wealth,

Homer had one slave, Plato had three, and Zeno, the founder of the strict and manly Stoic philosophy, had none.

No man is despised by another unless he despised by himself. (skip) If a great man falls and remains great as he lies, people no more despise him than they stamp on a fallen temple, which the devout still worship as much as when it was standing.

Let no one rob me of a single day who is not going to make me an adequate return for such a loss. (skip)
You were born to die, and a silent funeral is less bothersome. So if you must fill your time, write something in a simple style for your own use and not for publication: (skip) Then it is that I forget my rule and principle of restraint, and I am carried too far aloft by a voice no longer my own.

confidence in yourself and the belief that you are on the right path, and not led astray by the many tracks which cross yours of people who are hopelessly lost, though some are wandering not far from the true path. (skip) this steady firmness of mind 'euthymia' (skip)  but I call it tranquillity,

They make one journey after another and change spectacle for spectacle. As Lucretius says, 'Thus each man ever flees himself.' But to what end, if he does not escape himself? He pursures and dogs himself as his own most tedious companion. And so we must realize that our difficulty is not the fault of the places but of ourselves.

We must be especially careful in choosing people, and deciding whether they are worth devoting a part of our lives to them, whether the sacrifice of our time makes a difference to them. For some people actually charge us for our services to them.

Still, you must especially avoid those who are gloomy and always lamenting, and who grasp at every pretext to complaint. (skip) a companion who is agitated and groaning about everything is an enemy to peace of mind.

practised thrift, without which no amount of wealth is enough, and no amount is not ample enough.

The next thing to ensure is that we do not waste our energies pointlessly or in pointless activities: (skip) like ants (skip) purposelessly make their way right up to the topmost branch and then all the way down again. (skip) busy idleness(skip) It is not industry that makes men restless, but false impressions of things drive them mad. 

We should also make ourselves flexible, so that we do not pin our hopes too much on our set plans, and can move over to those things to which chance has brought us, without dreading a change in either our purpose or our condition,

For it is agonizing always to be watching yourself in fear of being caught when your usual mask has slipped. (skip) there is a big difference between living simply and living carelessly.

Our minds must relax: they will rise better and keener after a rest.

with Aristotle that 'No great intellect has been without a touch of madness,' only a mind that is deeply stirred can utter something noble and beyond the power of others. When it has scorned everyday and commonplace thoughts and risen aloft on the wings of divine inspiration, only then does it sound a note nobler than mortal voice could utter. 


- 세네카의 '시간'에 대한 논의는 너무도 명확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누구에게나 충분한 시간이 있다. 죽음이 오기까지, 다만 제대로 그 시간을 살아내지 않는 것 뿐이다. 너무도 동의한다. 어떻게 BC 5년에 태어나 AD 65년까지 살았던 철학자가 현대에 와서도 심금을 울리는 진리를 이리도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책임, 명예, 부, 욕심, 타인의 시선, 등에 항상 흔들리게 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들... 미래는 anticipate하고, 현재는 use할 것. 작은 무의미한 일들에서 벗어날 것, 관계의 덫을 피할 것, 절제하고 변화를 수용할 것, 그러다 보면 다다를 평정. 
언젠가 노트에 적었던 것처럼 '평정(tranquillity/serenity)'은 어느순간 다다르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영지처럼 가꾸고 지켜야만 하는 것 같다. 이 순간을 살 수 있도록, 죽음을 맞을때 견고한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허위 장막을 걷어내고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삶을 보다 온전히 살도록 독려하는 소중한 책.

대부분의 말들은 알고 있었던 것을 명료하게 다시 확인해 주는 부분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restlessness에 대해서 보다 잘 인식하게 되었다. 위를 보면 같은 하늘인 것을, 왜 그리도 안주하지 못했었는지... 어떤 땅에 서 있던, (혹은 넘어져 있던), 나라는 인간의 본질은 결국 나인 것을, 중요한 것은 나라는 존재의 본질. 혹은 살아나감.

2013년 7월 2일 화요일

Gaston Bachelard의 'Air an Dreams' 중




Then the image soar upward and vanish; they rise and are shattered by their very height. Then the realism of unreality is evident. 

Nietzsche could be the representative for a complex of height.

the walk into a soaring.

For Shelley, then, poetic images are all agents of elevation. In other words, poetic images are operations of the human mind insofar as they make us lighter, raise us or elevate us. 

Anyone who rises sees the heights becoming more clearly delineated and differentiated. (skip) The human arrow lives not only its élan, but also its goal. It lives its sky. By becoming conscious of his power to ascend, a human being becomes conscious of his destiny as a whole. To be more exact, he knows that he is matter, a substance filled with hope. In these images, hope seems to become as precise as it can be. It is an upright destiny.

The wings invisible are those that fly the farthest.  - Gariele D'Annunzio, The Dead City

It is most often blue or black; it flies upward or downward.

The wing, an essential attribute of flight, is the ideal cachet of perfection in almost all realms. Our soul, escaping from the corporeal envelope that holds us down in this lower life here on earth, is incarnate in a glorious body, lighter and faster than any bird.

the dream, like Toussenel's God, creates the soaring spirit before creating the bird.

We lack wings, but we always have enough strength to fall.  - Paul Claudel, Positions et propositions -

vertiginous falls into bottomless pits.

Lucifer, cast out of heaven, fell for nine days.

it is the will that dreams.

the imagination of the fall as a kind of sickness of the imagination of rising, as an inexpiable nostalgia for heights. 

My fall creates the abyss; in no way is the abyss the cause of my fall. I will see light again, but it will not matter; nor will it matter that I will be returning to the living. (skip) I can never have a feeling of having risen again because the fall is the destiny of my dreams. (skip) Unhappy is he whose dream suffers the abyss.

The dynamic sensation of the "weakening of the soul" occurs in a weighted atmosphere.

Nietzsche showed us that depth found in the heights.

When we lands, he should be on a level just a bit higher than the one from which he took off, so that, contrary to what Thomas de Quincy noted, for a long time the dreamer retains the impression that he has not "come down" completely, and he will be able to continue to live his ordinary life in the heights of his aerial flight.

"I knew that there was a wind hidden in the heart of things."   - Guy Lavard, Poetique du ciel -

Luminous air and aerial light, 

We discover the source of this imaginary light - the light that is born within us - in the meditation that frees us from our daily troubles. In place of the enlightened spirit, an enlightening soul is born. 

emerging light, an early morning light where blue, pink, and gold mingle. Nothing garish. Nothing vivid. Here is a beautiful synthesis round and diaphanous, pale alabaster lighted by the sun!

The elevation of the soul goes hand in hand with its serenity. There is a dynamic connection between light and height. (skip) "The abyss is troubled darkness."

When the feeling of elevation reaches its peak, the universe is as peaceful as the mountaintops.

"Today you will read me and I shall live through you."

When we have seen more clearly that Nietzsche's cosmos is a cosmos of the heights, then we will also understand that this soothing water it the Sky.

Nietzchean light is an arrow, a sword. It inflicts a cold wound.

For Nietzsche, in fact, air is the very substance of our freedom, the substance of superhuman joy. (skip) aerial joy is freedom.

Neither by land nor water, but in the air, the journey to the highest and coldest of solitary places.

Through air and cold, it is the silence that is breathed, it is the silence that is an integral part of our very being.

Those who can breathe the air of my writings know that it is an air of the heights, a strong air. (skip) The ice is near, the solitude tremendous - but how calmly all things lie in the night! How freely on breathes! How much one feels beneath oneself!   - Nietzsche, Ecce Homo -

"he who would learn to fly one day must first learn to stand and walk and run and climb and dance: one cannot fly into flying."

cast yourself entirely into the depths in order to be able to rise up entirely toward the summits, 

Whatever was difficult
Sank into blue forgetfulness -     -Nietzsche-

This tranquility is certain because it has been conquered.

the pine tree at the edge of the abyss. (skip) the tree's struggle to resist the forces of gravity. 

upright, braced, standing straight; it is vertical. It does not get its spa from subterrean water; it does not owe its solidity to the rock; (skip) Nietzschean will. One wants to remain as it is. The other wants to rise up. (skip)  The temptation of the abyss tonalizes the sky.

the seventh solitude

when constraint and contrivance and guilt steam beneath us like rain."

Weight does not weigh on the world but on our souls, our minds, our hearts - it weighs on man. To one who triumphs over weight, to the superman, will be given a super-nature - that very nature that is imagined by an aerial psyche.

celestial blue: (skip) 
"sky blue" is always a concept, never a primary image.

The one who dreams in the serenity of the night finds the marvelous web of time that is resting.

Distance is abolished. An infinity of communion erases an infinity of size. The world of stars touches our soul: it is a world of gazing. 

CLOUDS (skip) a reverie without responsibility.

How can one take it along when one is only a cloud 
With holes in his pockets?
But nothing seems amazing to this little bit of nothingness that glides.
Nothing seems so heavy that it cannot be taken along.    - Supervielle -

the function of the imagination of clouds is an invitation to ascend.

The soul's landscapes are more marvelous than the landscapes of the starry sky. They have not only Milky Ways made up of millions of stars, but even their dark abysses are living, embracing an infinite life whose very overabundance darkens and stifles. And these abysses where life is consumed can in a moment be illuminated, liberated, and changed into Milky Ways.

To live in a great tree under its enormous leafy crown is always, for the imagination, to be a bird. The tree is a source of power for flight.

the bleeding tree, the tree that weeps?

There is someone
In the wind.    - Guillevic, Terraque -

And life is so great that even autumn has a future.

It is to truly turn your face to the wind and defy its force.

The wind's forehead appears
Like dawn in the forest.   - Emile Verhaeren - 

the word is willed before it is spoken. In this way, pure poetry is formed in the realm of the will before appearing on the emotional level. For this reason it is all the more true that pure poetry is far from being the art of representation. Created in the silence and solitude of being, with no connection to hearing or sight, poetry seems to me to be the primary phenomenon of the human aesthetic will.
Willed and re-willed, the origins of poetry's vocal values are cherished in their essential expressions of will. (skip) The will finds them in the silence and emptiness of being, (skip) will to logos. (skip) in the silence of our own being, what it is we will to become, we need to convince ourselves of our own becoming and to exalt it for ourselves.

There are musicians who compose on blank paper, in silence and immobility. Their eyes wide open, they create, by a gaze that stretches into emptiness, a kind of visual silence, a silent gaze that effaces the world in order to silence its noises; they write music. (skip) life waits; harmony is about to come. (skip) They no longer belong to a world of echoes or resonances. (skip) 
There are also silent poets, silencers who start by quieting an overly noisy universe and all the hubbub caused by its thunderous sound. (skip) the literary image, allows us to live slowly the time of its blooming.

the written language is creating its own universe.

a literary image is an explosive.

The moment that a thought, cleverly hiding beneath its images, lies in the shadow waiting for a reader, noises are muffled, the reading begins, and it is a slow, dreaming reading. (skip)  And when this silence has fallen, then we can understand the strange expressive burst, the elan vital of a confession:

And sometimes we discover a great line of poetry, one that contains such suffering or such a great thought that the reader - the solitary reader - murmurs: and that day, I shall read no further.

As Baudelaire writes on the first page of My Heart Laid Bare: "Evaporation and concentration of the Self. That is the crux."

for it seems that to express the ineffable, the evasive, the aerial, every writer needs to develop themes of inner wealth, wealth that bears the weight of inner certainty



- Bachelard의 'Water and Dreams'를 읽은지 몇 개월이 지나 손에 들게 된 책. 
바슐라드의 물질에 대한 상상력은 무한하면서도 가슴 뜨금할 정도로 본질을 꿰뚫는다. 그의 문학적/예술적 상상의 고찰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때로는 같은 생각, 같은 언어가 곳곳에 배어 가슴 저리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감춰진 내면을 구체적으로 서술해주는 문장을 만나 가슴 속 시원해지기도 하며, 대기에 대한, 하늘에 대한 인간의 상상을 읽었다. 지난해 현실을 떠나 반쯤 상승하는 구름을 그리며 내면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 이후라 더욱더 마음에 와 닿았는지 모른다. 

니체형 인간, 정상을 향해 발을 떼는 인간, 하늘을 동경하는 인간, 비상을 꿈꾸는 인간, 얽매이지 않는 인간, 절벽에 발을 딛고 하늘로 뻗는 소나무와 같은 인간... 정상과 고독을 동경하기에 이해받지 못하고 외로운 인간, 그럼에도 하늘로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인간. 비상을 향한 갈망을 삼키는 인간, 그 갈증으로 부풀어 올라 타들어가는 인간. 눈을 감아도 보이는 창공에 어쩔 쭐 모르는 발없는 정신을 다잡고 사는 인간, 세찬 바람에 고개를 세우고 걸어올라가는 인간,  아무것도 아님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아님을 응시하는 인간. 위로가 필요하다면, 아마도 이 책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갈망이 번뜩 정신을 사로잡게 되면, 시공을 초월한 어느 시간 문장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슐라르가 말한 대로 의지에의 문장에 존재의 허무함의 무게를 실어... 
그리고 그 문장이 가슴을 치면 고개를 들어 잠시 중얼거리고 그 날은 더이상 읽지 않기로...